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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선교지에서 온 편지
작성자
홈지기
작성일
2026-06-17 16:52
조회
148
찬미 예수님, 수녀님들께 아르헨티나에서 인사드립니다.
5월에는 우리가 일하고 있는 공소의 주보이신 루한의 성모 마리아님 축일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루한의 성모님(성모 마리아, Virgen de Luján)은 아르헨티나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며, 현재 아르헨티나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습니다.
1630년, 포르투갈계 지주였던 안토니오 파리아는 자신의 영지에 모실 성모상을 브라질에 주문하였습니다. 브라질에서 두 개의 성모상이 배에 실려 당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성모상을 실은 수레가 내륙으로 이동하던 중 루한 강가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소들이 아무리 힘을 써도 수레는 움직이지 않았지요.
수레에서 한 성모상을 내리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성모상은 높이 약 38cm의 작은 구운 점토 조각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성모님께서 이곳에 머물기를 원하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 자리에 작은 경당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루한 성모 신심의 시작이었습니다.
초기 루한 성모 신심에서 중요한 인물은 “흑인 마누엘(Manuel)”로 알려진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였습니다. 그는 성모상을 돌보며 평생을 헌신하였고, 순례자들 사이에서 성덕이 높은 인물로 기억되었습니다.
17세기 후반에 순례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작은 예배당은 점차 큰 성당으로 발전하였고, 수많은 기적과 치유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전국적인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매년 10월 첫째 토요일에 열리는 청년 순례는 아르헨티나 최대 규모의 가톨릭 행사입니다.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각자의 기도 지향을 가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루한까지 약 15시간을 걸어 순례합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니신 루한의 성모님은 현재 파라과이, 페루, 볼리비아 이민자들과 함께 우리 지역에도 머물고 계십니다. 축일을 준비하면서 9일 동안 성모님의 방문을 원하는 신자들의 가정과 여러 성인들의 상이 모셔진 곳을 방문하며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곳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지는데, 추위와 상관없이 길에서 드리는 미사에도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축일에는 신자들과 함께 공소를 장식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성모님을 모시고 동네 곳곳을 행진하였습니다.
또한 지역 보좌주교이신 베드로 주교님께서 오셔서 2주 동안 교리에 참여하며 성사를 받을 준비를 마친 이들에게 세례성사, 첫영성체, 견진성사를 집전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더욱 풍요로운 축제가 되었습니다.
남미 하면 축제가 빠질 수 없지요. 미사 후에는 신자들과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춤을 추고, 마지막으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뒤 축하 케이크를 모두 함께 나누어 먹어야 축일 잔치가 끝이 납니다.
이곳은 가족과 공동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입니다. 케이크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내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지니기에, 함께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르헨티나는 계속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어려움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큰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루한의 성모님 축일을 함께 축하하며 잠시나마 그 어려움을 내려놓고 기쁨을 나눌 수 있었던 소박하고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녀님들께 여러 가지 모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루한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